ASML 폭락과 파월 해임설, 그리고 비트코인 3법 통과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
목표
- ASML의 실적 발표와 8% 폭락, 반도체 업황이 보내는 경고
- 시장이 느끼는 정치 리스크
- 비트코인 3법 통과와 크립토 시장의 기회 요인
ASML의 실적 발표와 8% 폭락, 반도체 업황이 보내는 경고
2025년 8월 기준,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다시 한번 큰 충격을 맞이했다. 반도체 장비 시장의 절대 강자라 불리는 네덜란드 기업 ASML이 실적 발표 이후 하루 만에 주가가 8% 이상 급락하면서 시장의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다.
실적 자체는 전년 동기 대비로 보면 나쁘지 않았으나, 문제는 시장 예상치를 하회한 매출 가이던스와 향후 성장성에 대한 경고였다. 특히 이번 실적 발표에서 ASML은 중국 수출 규제와 글로벌 반도체 수요 둔화 가능성을 명확히 언급하며 하반기 전망을 낮추었다.
ASML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기업으로, 해당 장비는 고성능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기술이다. 이 회사의 실적이 흔들린다는 것은 단순히 개별 기업 이슈를 넘어서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HBM, AI 반도체 등 차세대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지만, 이를 실제로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 확장과 투자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미국과 중국 간의 반도체 기술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ASML이 중국 시장에서 수출에 제한을 받고 있는 점도 이번 실적 쇼크에 한몫했다. 장비 납품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수익 구조에 차질이 생겼고, 이에 따라 주가가 크게 하락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흐름은 글로벌 반도체 관련 주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엔비디아(NVIDIA), 인텔, 마이크론 등 주요 기업들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락 압력을 받았다. 국내 시장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대표주들이 동반 약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이처럼 ASML의 실적 부진과 가이던스 하향은 단순한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조정 국면 진입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생산 장비 수요가 줄어든다는 것은 파운드리 및 IDM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위축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향후 기술 혁신의 속도가 느려지거나 공급 병목 현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반도체 종목에 접근할 때 개별 기업의 실적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요, 공급망 안정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 다양한 변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가이던스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평가되고 있는 만큼,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 성장성과 전략 방향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파월 해임설과 연준의 독립성 논란, 시장이 느끼는 정치 리스크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 또 하나의 논란이 떠올랐다. 바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해임설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재선을 위한 경제 드라이브를 강화하면서, 파월 의장의 금리 정책이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해임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트럼프 캠프 관계자들은 8월 중 해임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발언을 흘렸고, 이에 따라 미국 증시는 한때 크게 출렁이기도 했다. 하지만 곧이어 트럼프는 "해임 계획은 없다"며 사실상 꼬리를 내렸다. 그러나 정치권과 금융시장은 이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지 않았다. 트럼프가 연준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사건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파월이 자진 사퇴하면 좋겠다”고 발언하며 간접적인 압박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의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개입되고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연준은 미국 경제의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독립적인 기관이다. 그 어떤 정부도 연준의 금리 결정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원칙이며, 이는 미국 헌법 및 연준법상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파월 해임설은 이 같은 원칙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여겨진다. 법적으로도 연준 의장은 특별한 사유 없이 대통령이 임의로 해임할 수 없다. 미국 연준법에 따르면 연준 의장은 임기 중 ‘정당한 사유(cause)’ 없이는 해임될 수 없는데, 여기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는 중범죄, 비리, 건강상 문제 등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만 해당된다. 정치적 이유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후보가 연준 의장을 향해 해임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트럼프는 과거에도 연준의 금리 인상에 반대하며 파월에게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한 전력이 있다. 이러한 압박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통화정책의 중립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고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가중될 수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정치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었다. 단순히 파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통화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 나아가 시장 안정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연준의 독립성과 시장의 반응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비트코인 3법 통과와 크립토 시장의 기회 요인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최근 미국 정치권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비트코인 3법’이라 불리는 주요 법안들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이 법안들은 암호화폐 산업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는 강력한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명확화, 암호화폐를 증권이 아닌 상품으로 재분류, 그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디지털 달러(CBDC) 발행 금지 등 세 가지 법안이 핵심이다. 먼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가 명확해지면, 테더(USDT), 서클(USDC) 등 주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이 제도권 내에서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암호화폐를 완전히 배척하지 않고 오히려 활용 가능한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되면 미국 국채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달러 강세 유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두 번째로 암호화폐를 증권이 아닌 상품으로 분류하는 법안은 특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메이저 코인에게 매우 우호적이다. 지금까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대부분의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간주하며 강한 규제를 해왔다. 하지만 상품으로 재분류되면 SEC의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게 되고, 대신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관할 아래 보다 유연한 규제를 받게 된다. 이는 기관 투자자들의 진입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마지막으로 CBDC 발행 금지 조항은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CBDC는 정부가 발행하는 디지털 통화로, 이론상으로는 모든 거래를 추적할 수 있는 구조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국민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해 왔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미국은 세계 주요국 중 유일하게 CBDC를 공식적으로 거부한 국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법안들의 통과는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전면적인 정책 전환이라 볼 수 있다.
만약 이들이 통과된다면 비트코인, 이더리움은 물론이고 코인베이스 같은 거래소, 마이크로스트레티지 같은 암호화폐 자산 보유 기업, 그리고 비트마인 같은 채굴 기업까지도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비트코인 ETF나 이더리움 현물 ETF 등 제도권 금융 상품들도 더욱 활발하게 등장할 것이며, 이는 암호화폐 시장의 유동성과 시가총액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금부터 비트코인 관련 기업과 ETF, 그리고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구축 관련 종목들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